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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이란 고되지만, 더 고된 건 글로 먹고사는 일이다. 일부 작가들을 제외하곤 노력 대비 수입 여건이 열악하다. 한마디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박재용 씨는 30여권을 쓴 9년 차 전업작가다. 학원강사로 뛰거나 공부방을 운영하며 먹고 살던 그는 쉰살 무렵 오랜 꿈인 작가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 박 작가는 오후 9시에 자서 새벽 3~4시면 일어나고, 5~6시에 집필실로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최근 출간된 '작가노동 선언'(오월의봄)에 나오는 내용이다. 올해 작가노조 출범을 준비 중인 작가노조준비위원회와 그 소속 작가 박서련, 은유 등 21명이 참여해 쓴 글을 묶었다. 이들은 글쓰기를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와 출판업계를 향해 모든 작가의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선언한다. 장바구니
"누구나 생계와 존엄을 지키며 글을 쓸 수 있도록 최저 고료와 노동조건이 보장되는 구조의 설계가 시급하다. 출판 생태계가 좋아져야 구성원들 삶의 질이 나아진다."
고된 삶에 견줘 그리 많은 돈을 거머쥐는 건 아니다. 책 1쇄를 찍으면 출판사로부터 150만~200만원을 받는다. 2쇄부터는 찔끔찔끔 돈이 들어온다. 그렇게 책 10권 정도를 출간해 모으면 일 년에 인세로 평균 70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글만 써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 책을 내서 버는 수입보다 강연이나 심사, 멘토링 등 다른 곳에서 버는 돈이 더 많다.
웹소설 업계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웹소설 작가들은 주중 연재물이 있을 경우, 주5일 간 하루 5천자씩 써야 한다. 이는 한 달이면 원고지 300매의 경장편 소설 분량에 해당한다. 작품은 편당 100원에 팔리는데, 25회를 묶은 한권을 팔면 작가에게 들어오는 인세가 2천500원 정도다. 게다가 첫 권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료 공개'인 경우가 많다. 작가 위래 씨는 "웹소설 시장 상황이 좋은 것은 박리다매, 즉 웹소설가의 노동 가치를 낮게 산정한 덕"이라고 주장한다.
중견 소설가들의 상황이라고 이보다 낫지 않다.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황모과 씨는 5년간 30종 이상의 소설 계약서를 체결했는데, 모든 업체가 빠짐없이 표준계약 이하의 '후려친' 계약을 "당연하게 초안으로 내밀었다"고 한다. 임금 지급 시기가 제시되지 않거나 사전 통보 없이 지급이 미뤄지는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은 진보적 출판사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저자에게 통보 없이 2차 저작을 팔아먹은 창비, 편집자 임금 체불이 발각된 민음사, 사회평론 등은 물론이고, 다른 곳도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황모과 작가)
황 작가는 출판사 측이 최소한의 여건을 보장한 문체부의 표준계약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영화노조가 만든 표준계약서처럼 최소한의 기준이 적힌 계약서를 출판사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